경상도에서 역대급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3월의 마지막 날, 피스윈즈 사무국으로 한 통의 문의 이메일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류지란이라고 하는데요. 가장 필요하다고 하시는 후원은 이미 참여했고, 혹시 현장 지원 봉사도 가능할까요?"
그렇게 부부는 서울에서 차를 타고 출발해 영덕 산불 피해 현장에 내려와 1박2일 간 피스윈즈 팀과 함께 이재민을 만나고, 현장에서 함께 귀한 땀을 흘리며 필요한 지원을 함께 했어요. 🏚️ 후원하고 있는 단체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동하는지 '목격자'로서 피스윈즈를 직접 지켜본 분들의 냉철한(!) 시각이 궁금해 피스윈즈 팀은 후원자 부부에게 간단히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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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분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 : 안녕하세요. 방민주라고 합니다. 현재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 및 개발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 저는 아내 류지란입니다. 원래는 브랜드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고요. 보통 브랜드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하고 지금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외주를 받아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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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이번 산불을 알았을 때 어떤 마음이셨어요?
일단 이 상황이 이렇게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니까, 그 모습이 너무 참담하더라고요. 매체를 통해 보는 것보다도 오히려 현장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훨씬 더 힘들고 심각하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제 고향이 울산이다 보니, 산불이 난 지역이 멀지 않아서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특히 영덕은 예전부터 가족들이랑 근처에 가서 식사도 하고, 쉬러 가기도 했던 곳이라서 그런지 더 마음이 아프고 와닿았던 것 같아요.
(사실 몇 년 전에 호주에서도 큰 산불이 있었잖아요. 그때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있어서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익숙한 지역에서 이렇게 큰 산불이 발생하니까 체감이 확 됐고, 걱정도 많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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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스윈즈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하게 되었어요. 제 피드에 피스윈즈 게시물이 처음 떴고, 그때 처음으로 피스윈즈를 알게 되었어요. 당시 본 게시물에는 현장에서 소방관, 산불진화대 분들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다른 곳보다 현장의 상황이 훨씬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 이런 단체가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로 계속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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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부부가 함께 피스윈즈 산불 피해 지원 현장에 봉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은 봉사 갔던 날이 저희 결혼 1주년 즈음이었어요. 하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곳에 가는 건 평소에도 자주 할 수 있어서, 이번 1주년에는 '정말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혼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번엔 저희가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를 담아 결혼기념일에 특별한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고, 결과적으로는 이번 현장이 너무 좋았어서 앞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며 보내게 될 것 같아요.
(너무 멋진 부부의 모습에 저희도 감동 받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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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입양한 반려견(이마에 흰줄이 있어서 이름은 '해리'랍니다⚡)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임시 보호 중이었어요. 강아지를 데리고 처음으로 외출을 했던 거라서 더 의미가 있었죠. 차를 타고 이동해서 영덕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숙소였어요. 강아지에게도 저희에게도 첫 경험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기억에 많이 남는 날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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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장 소식이 인스타에 올라오자마자 후원을 해주셨어요. 기부도 이미 하셨음에도 더 구체적인 액션으로 현장에 오시기까지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평소에 어머니께서 제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많이 하셔서 저도 봉사에 대한 관심이 어릴 때부터 있었고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여러 단체에 후원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꾸준히 참여했죠.
하지만 항상 마음속에 아쉬움이 있었어요. 후원을 하긴 하지만, 이 돈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려웠거든요. 물론 요즘 단체들이 뉴스레터나 SNS를 통해 이런 부분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후원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특히 뉴스 기사 등을 통해 '후원금이 대부분 운영비로 쓰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그런 점에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그런데 피스윈즈는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제 기준에서 가장 생생하게 현장 상황을 전달해 준 곳 중 하나였어요. ‘여기는 좀 더 믿고 후원하고, 나도 직접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형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인력도 많고 체계도 잘 잡혀 있잖아요. 피스윈즈는 규모는 더 작지만, 오히려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현장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그런 모습에서 ‘나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 직접 연락을 드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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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산불이 크게 났다는 건 뉴스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 상황이 실제로 어떤지, 피해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그냥 후원금만 보내는 걸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마음 한편이 계속 해소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부분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한 것 같아요.
아마 MBTI 같은 성향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는 경험 중심적인 사람인데, 실제로 뭔가를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혀봐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 성향도 있어서 ‘내가 직접 가보고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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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떠셨어요? 실제로 보니.
👩🏻: 조심스럽지만, 제가 현장에 가보기 전에는 후원자로서 느끼기에는 여러 단체에서 이재민을 돕는 방식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좀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물품을 지원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그런 큰일을 겪으면 가장 큰 고통은 사실 마음의 상처잖아요. 그런데 그런 심리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잘 보듬어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자주 받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희가 ‘만물트럭’ 활동에 직접 참여해보니까, 이재민분들이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직접 원하는 물건을 고르시고 맞춤형으로 사이즈나 디자인을 골라가시니까, 단지 지원 방식이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그 반응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접근 방식도 가능하구나’, ‘되게 신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모르는 다양한 활동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번 경험은 특히 인상 깊었어요.
👨🏻: 저도 정기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에 맞춰 금액을 후원하고 있어요. 각 프로젝트별로 목적에 따라 지원을 하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현장의 실제 상황이나 분위기를 직접 느낄 기회가 거의 없어요.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보고서나 정리된 결과물은 나중에 접하지만, 그 내용들이 대부분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그런 걸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현장에서 활동에 참여해보면서 현장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고,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도 이런 현장 활동에 더 참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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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억에 남는 현장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보람 있었거나 힘들었던 기억 모두 괜찮아요.
👨🏻: 4월 20일, 모텔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계시던 이재민분들께 생필품을 지원해드렸을 때였어요. 그날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물품을 받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오늘 하루 너무 힘든 일만 있었는데, 이렇게 웃는 날도 있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현장에 계셨던 다른 봉사자분들도 그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고 공감했었고요. 저 역시 그 말을 들으면서, ‘그래도 내가 와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보람을 크게 느꼈습니다. 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물론 어려움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현장 분위기가 많이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황이잖아요. 이재민분들도 큰 스트레스를 받으신 상태라,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실 수밖에 없죠. 저는 그날 생필품을 받아서 포장하고 전달해드리는 역할을 맡았는데,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한 분 한 분께 위로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워낙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힘들다기보다는, 그분들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 마을의 이재민분과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처음에는 약간 장난스럽게, '근데 산불이 진짜 무섭긴 무섭더라' 하시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셨거든요. 그러다가 점점 그날의 상황을 떠올리시면서 표정이 어두워지시더라고요. '다른 집이 불타고 있어서 깜짝 놀라서 집에 갔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집도 불타고 있었어...'하며 얘기를 하시는데... 그 말을 듣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 상황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저도 듣고 있는 게 참 힘들었어요.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래서 그냥 '오늘은 그래도 기분 좋은 날이잖아요. 너무 힘든 생각은 잠깐 접어두시고, 오늘만큼은 편안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최선이었죠. 한편으론 제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놔 주셔서 감사하고, 내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너무 마음 아프고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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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조금 속상했던 건, 이재민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이거 새 거냐”고 계속 물어보셨던 거예요. 그 질문을 들으면서, ‘아, 그동안 중고 물품을 받으시면서 마음 상하셨던 경험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새 물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고, 그걸 보는 마음이 참 안 좋더라고요.
저는 현장에서 물품 배부 명단을 체크하고, 신발 사이즈를 기록하는 일을 맡았는데요, 특히 어르신들은 본인의 정확한 발 사이즈를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신발을 보여달라고 하면, 대부분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계시더라고요. 정신없는 현장 상황 속에서 당연히 내 사이즈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있는 걸 신으신 거죠. 실제로 발이 작으신데도 280mm짜리 신발을 신고 계신 할머니도 계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참 무거웠어요. 🧦
기부 물품을 보낼 때도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물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또 국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인상 깊었는데요, 어떤 물품을 기부받더라도 현장의 수요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보내다 보면, 물량이 너무 적어서 오히려 배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럴 땐 차에 실어두고 계속 다니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나눠줄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고요. 이런 현실은 제가 현장에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기부라는 것도 훨씬 더 정교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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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평하게 나눈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저는 정말 현장에 직접 가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만나보기 전까지는 전혀 실감하지 못했어요. 막연히는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그 어려움을 직접 마주하니까 충격처럼 다가오더라고요.
그 경험이 저에게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정말 다시 한번 이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왜 ‘후원금’이라는 형태의 지원이 그렇게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어요. 물품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현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사용될 수 있는 후원금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되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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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에 따라서는 물건보다 후원금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현장에서는 필요 물품의 종류와 수량이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후원금이 있으면 그에 맞게 정확히 필요한 것을 구매해서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즉, 단체들이 후원금을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그게 왜 중요한지—를 대중에게 조금 더 잘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후원금이 들어오면 그걸로 현장의 정확한 수요에 맞게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입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요.
이런 설명을 들으니까 저도 ‘아, 후원금이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구나’라는 걸 확실히 체감했고, 그래서 오히려 후원금으로 돕는 방식에 더 확신이 생기게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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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나요? 저는 방민주, 류지란 후원자 부부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재난 현장에서 저희는 아직도 이재민들과 함께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현장에 오시지 않아도, 무언가 궁금한 게 있으시거나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상의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피스윈즈 사무국으로 이메일이나 전화 주시면 친절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피스윈즈에서 정기 후원자를 모집합니다. 금액은 크지 않아도 좋습니다.
현재는 176명의 후원자들이 저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피스윈즈코리아는 정부나 종교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개인 후원자 한 명 한 명이 저희의 힘입니다.
가장 소외된 재난 현장에서조차 소외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다친 마음이 또 다시 다치지 않도록, 재난 피해와 회복의 현장에 온기를 더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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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윈즈의 최신 활동 소식을 만나보세요.
뉴스로는 다 알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한 상황과 지원 현황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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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korea@peace-winds.org 서울시 성동구 상원12길 34, 서울숲에이원지식산업센터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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