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장 인터뷰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차가운 공기가 물러가고 봄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입니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2025년 3월, 의성에서 시작되어 경북을 덮친 초대형 산불.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재난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산불 발생 이후 1년. 피스윈즈는 긴급구호를 넘어, 회복의 시간을 함께하며 현장을 지켜왔습니다. 그 여정에는 언제나 후원자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시간을 지나며, 현장의 중심에서 활동해 온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인터뷰를 통해 전합니다. |
|
|
Q. 작년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상황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
|
|
" 당시 뉴스를 보고 현장으로 출동해 산청-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동선으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청송과 영양 쪽을 지나, 마지막으로 영양 체육관 앞에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기억이 납니다.
2022년 열흘 넘게 이어진 울진 산불을 겪으면서 이미 한 번 느꼈습니다. 산불이 사람의 힘으로 쉽게 끌 수 있는 재난이 아니라는 걸요. 그때도 열흘 만에 비가 와서야 겨우 불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무력감이 컸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 타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고, 울진 때의 경험 때문에 이번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보면서 그 공포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영덕 바닷가까지 가서야 다행히 비가 내려 불길은 잡혔지만, 더 마음에 남는 건 인명 피해였습니다.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대피하지 못한 채 집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
|
|
"저는 그 동안의 대형 산불로 그 무서움을 알고 있었거든요. 산불은 사회재난으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재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대피할 시간은 확보할 수 있죠. 예전 대형 산불 때도 목숨 걸고 마을 분들 대피시키고 했던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산불 속도 예측에 실패했고 대피도 실패했습니다.
거센 바람과 통신이 두절된 것도 가장 큰 원인인데, 그것에 대한 원인 분석이나 앞으로의 대비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난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피스윈즈의 긴급구호의 모토인데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
|
|
Q. 마침 그 시기에 아이가 태어나셨죠. 개인적인 상황과 재난 현장을 오가며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
|
|
"산불이 났을 때 마침 출산 휴가 중이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지 50일 정도였고, 주 양육자로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려고 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보니 단기간에 끝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더라고요.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을 나서려니 솔직히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막상 현장에 가보니 더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고, ‘아기를 누가 보지’ 하는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급하게 시터를 구했는데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서울에 올라왔다가 다음 날 새벽에 다시 현장에 내려가는 식으로, 운전을 정말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계속 긴장한 상태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 더 어려웠죠. 지역, 연령대,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피해 이재민 분들의 마음이 회복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더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을로 들어가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할 때 아이 사진도 많이 보여드렸습니다. 아이를 보면 기분이 좋잖아요. 웃을 일 없는 상황에 아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를 데리고 마을로 가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드렸어요. 약속을 지킨 거죠. 재난 이후 인연을 맺고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피해를 입은 이재민 분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 |
|
|
Q. 가장 먼저 산림청 산불진화 대원들에게 ‘양말’과 ‘속옷’ 을 지원했습니다. 왜 양말과 속옷이었나요? |
|
|
"당시에는 불이 아직 잡히기 전이어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전 산불 대응 경험이 있어서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말과 속옷입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물품이거든요. 다만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공급하느냐였습니다. 하루 안에는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계속 업체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기존에 함께했던 곳이나 소개받은 곳들에 '지금 당장 가능한지' 를 확인하면서 물량을 확보했고, 바로 차에 싣고 내려가는 방식으로 움직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꺼운 양말과 속옷과 함께 서울에서 공수해 의성 산불 현장에 전달했습니다. 산불 현장에서는 산에 올라가면 거기서 로테이션으로 식사, 휴식, 진화 활동을 합니다. 땀으로 옷이 다 젖고, 쉬는 순간 체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갈아입을 수 있는 여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여벌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양말은 한 분당 10켤레 가까이 드리고, 속옷도 넉넉하게 필요한 만큼 지원했습니다. 결국 이런 대응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
|
|
Q. ‘목욕 쿠폰’ 지원은 비교적 생소한 방식인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고,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
|
|
"현장을 처음 갔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문제가 ‘씻는 문제’였습니다. 체육관 대피소에는 샤워 시설이 없어 많은 분들이 제대로 씻지 못한 채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고, 집단 생활이다 보니 위생 문제도 빠르게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즘은 샤워 버스가 지원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충분히 활용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낯선 환경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일본에서 훗카이도 지진 때 지원했던 목욕 쿠폰 방식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다만 단순히 쿠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상황과 동선, 이용 가능한 목욕탕까지 고려해 빠르게 설계해야 했습니다. " |
|
|
"어르신들께 평소 이용하시던 목욕탕을 여쭤보고, 직접 사장님들을 만나 협의하면서 운영 구조를 만들어갔습니다. 또 수건이나 샴푸, 린스 같은 물품도 함께 목욕탕에 지원해 실제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준비했습니다.
현장 반응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재민 분들께는 잠시나마 일상을 되찾는 시간이 되었고, 이장님들을 통해 쿠폰이 전달되면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쿠폰을 통해 피스윈즈도 마을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었고, 재난대응리더 역할을 하는 이장님들은 마을분들에게 신뢰감을 더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 |
|
|
Q. 긴급구호 이후 ‘만물트럭’으로 이동식 의류·물품 지원을 진행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었나요? |
|
|
"초반에는 목욕 쿠폰을 중심으로 이장님들을 만나고, 마을과 대피소를 계속 돌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옷을 지원하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이즈도 다르고 선호도도 달라 한 번에 맞추기가 쉽지 않고, 이번처럼 이재민 규모가 큰 경우는 국내에서는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전체를 고르게 커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 초기에 중고 물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입던 속옷이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이재민들 사이에 퍼졌고, 그 영향으로 옷 지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는 받고 어디는 못 받는 문제가 생기면서, 현장에서 균형 있게 지원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만물 트럭’ 같은 방식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물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직접 트럭에 싣고 마을별로, 대피소별로 찾아가는 시스템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스스로 필요한 걸 고른다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을 보는 느낌도 있고 재미적인 요소도 있으니까요."
|
|
|
"<KBS 인간극장>에도 출연했던 현재 영업중인 청춘만물트럭을 섭외해 트럭 대여 비용, 인건비를 지원했습니다. 대구 서문시장에 같이 가서 의류, 속옷, 양말 등을 사서 트럭을 가득 채웠습니다. 일주일 동안 각 마을을 돌면서 활동했습니다. 지금도 만물트럭 했던 단체라고 하면 다 기억하십니다.
그 과정에서 이재민들이 자연스럽게 웃으십니다. 아무 말 없이도 웃게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그 변화가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한 분이 “그때 그 옷 아니었으면 나는 진짜 벗고 다녔어야 됐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이게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
|
|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재난을 둘러싼 질문들, 그리고 다음 재난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더 많은 이야기를 홈페이지에서 이어서 읽어보세요. |
|
|
구독자 님, 재난은 반복됩니다. 그래서 현장에는 멈추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피스윈즈는 후원자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 그 역할을 이어가겠습니다. |
|
|
사무국 서울특별시 성동구 상원12길 34, 서울숲에이원지식산업센터 1406호(성수동1가)
유기견 입양센터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로 7번길 16-1(불로동 33-4)
사업자등록번호 327-82-00444 대표자 정석윤 개인정보 관리책임자 성종원
전화 02-2088-8044 이메일 korea@peace-winds.org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