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축산면 기암리 이장님 부부(5월 당시)
우리의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협력입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간 지역에서도, 평소부터 이장님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오셨습니다. 산불 당시,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된 이장님의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장님들 또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다른 주민들을 돌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여전히 책임감을 가지고 마을에 도움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피스윈즈 역시 산불 발생 초기부터 이장님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지원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영덕군 내에서 피해가 컸던 축산면 기암리의 이장님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우리가 당시 만나기로 한 장소는 불타버린 농장 앞에 세워진 작은 컨테이너였습니다. 주변은 온통 검게 탄 들판, 타다 남은 잔해, 그 사이를 지키는 몇 마리의 소와 닭, 개들뿐이었죠. 그런데 이장님, 생각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나타나셨습니다.
“닭만 200마리였어요. 오리도 있었고, 한우도 키웠는데… 불이 다 태워버렸죠.”
축사도, 집도, 농장도 잿더미가 됐지만, 그는 고철을 직접 주워가며 복구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포크레인 들어오면 다 부숴야 해요. 철근이고 뭐고 다 쓰레기가 되죠. 그러니 지금이라도 뭐라도 챙기려는 거죠.”
지금은 200만 원짜리 작은 컨테이너를 집 삼아 아내와 함께 지내고 계십니다.
“그래도 이렇게 지낼 집이라도 있다는 게 어디예요. 갈 곳이 없는 분들도 있어 걱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