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재민 371명의 사진을 촬영한 이유 "사진은 불에 탔지만, 그때의 마음이나 추억까지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는, 어르신들의 웃음을 다시 찍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마을엔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마음들이 남아 있습니다. 집과 살림, 삶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서 어르신들은 “사진 한 장 안 남은 게 아쉬워예…”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결혼식 날 찍은 사진, 아이들과 웃던 사진, 젊은 날의 내 모습. 그렇게 하나둘 사라진 기억들을, 우리는 다시 함께 그려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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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회관에 웃음소리가 난 지 참 오래됐지예."
경북 영덕군 산불 피해 마을에 따뜻한 기운이 다시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집은 복구되지 않았고, 대피소 생활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이날만큼은 사람들이 거울 앞에 앉아 곱게 화장하고, 한복 자락을 살포시 펴 입었습니다.
마을회관은 잠시 ‘사진관’이 되었고, 그 안엔 곱게 화장하고, 단정한 옷을 차려입은 어르신들과 함께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수줍게 미소를 짓던 어르신들 얼굴에는 오래간만에 꽃이 피었습니다. 그 미소를 담기 위해 피스윈즈가 ‘다시봄 프로젝트’로 다시 한번 마을을 찾았습니다.
(@사진 협업: 바라봄사진관, 아우포아트 천주혜 작가, 윤황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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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만든 변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다시 봄' 사진관. 지난 울진 산불이 났을 때에도 이재민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던 사진 프로젝트.
단지 사진 한 장을 남기는 행사가 아닌, 한 사람의 고유한 삶을 예쁘게 기록하고, 다시 사람들 사이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정서적 회복 프로젝트입니다.
촬영을 준비하며 서로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사진을 보며 함께 웃고, 포옹하고, 말을 놓습니다. 마을회관에 다시 생기가 돌고, 서로의 마음이 천천히 풀어지는 순간을 우리는 직접 목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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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타버렸어요. 우리 청춘도, 가족사진도…”
“가족사진도, 애들 어릴 때 사진도, 우리 결혼사진도 다 타뿌고... 이젠 내 머릿속에만 남았니더." 산불은 단순히 집과 가재도구만을 앗아간 게 아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진은 추억이고, 삶입니다. 그러나 산불은 단지 집과 살림만이 아니라, 삶의 증거까지도 앗아갔습니다. 기억을 담고 있던 사진들, 가족의 역사, 나의 청춘을 상징하는 장면들까지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르신들이 가장 아쉬워하신 건 ‘사진’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기억들을 다시 복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더 예쁘게, 더 따뜻하게, 그리고 함께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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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로 피워낸 웃음꽃
우리는 지역 자원봉사자들(@동네언니협동조합)을 찾아 섭외했습니다. 은퇴한 미용사 선생님, 화장하는 걸 좋아하는 젊은 엄마들, 손재주 좋은 동네언니들. 각자 재능을 꺼내 놓고, 어르신들을 정성껏 꾸며드렸습니다.
“할매, 오늘은요, 새색시랍시고 단장 한번 해보입시더.”
“내는 요즘 거울도 안 들여다봤는데, 머리 손질도 해주시고… 이래 고운 한복은 처음 입어보는기라.”
어르신들의 얼굴엔 어느새 핑크빛이 돌기 시작했고, 눈가엔 반짝임이 생겼습니다. 한복 색은 퍼스널컬러에 맞춰 고르고, 화장은 취향에 따라 은은하게. 그 손길들 속에서, 기억과 자존감, 웃음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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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치아 보이게 활짝 웃어보이소!”
“아이고 내는 이가 다 빠져가꼬, 웃으면 보이기 안 좋데이…”
“걱정 마요! 치아, 저희가 만들어 드립니다. 예쁘게!”
사진팀은 그 자리에서 포토샵으로 보정을 하며 치아를 그려 넣고, 노화로 감긴 눈을 맞춰 드리고, 주름은 자연스럽게 다듬어 드렸습니다.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시며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내가 80인데 60살에 찍은 영정사진보다도 더 젊어 보이는데~?”
그날, 사진을 받고 깔깔 웃으시던 팔순, 구순의 어르신들 표정은 정말 아이같이 맑았습니다. 그 웃음 앞에서, 우리는 확신했습니다. 이게 진짜 회복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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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진 한 장이 만든 회복, 영원히 가져갈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사진 촬영이 아닙니다. 서로를 마주 보는 용기, 다시 말을 트는 시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 지원물품보다 중요한 건, 바로 이 따뜻한 연결입니다.
이 모든 건 여러분의 따뜻한 후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고운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웃을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 사진도, 가족사진도 잃어버린 그 자리에 여러분이 함께해주신 덕분에 새로운 기억과 웃음을 다시 남길 수 있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곱은 줄은 몰랐데이.”
사진을 받아든 팔순 어르신의 말 한마디에, 저희는 오래도록 목이 메었습니다.
단지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마주 보고, 기억하고, 존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만들어낸 이 따뜻한 변화를 기억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여전히 현장에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기억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잊지 못할 봄날의 웃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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